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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단편

저승의 모습 外

어느 날, 선생님이 내게 재밌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콘솔 창을 켜더니 이런 것을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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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목각인형이 마치 춤추듯이 허우적거리기 시작했고, 선생님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잘 봐라, 이게 저승의 모습이란다. 그 모습을 나는 언제까지고 가만히 응시했다.

 

 

나는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 방문하는 것이 싫었다. 그 집 현관에 있는 전시장 안에는 박제된 라쿤의 박제가 있었고, 나는 박제에 인사하게 하는 할아버지가 무서웠다.

 

하루는 잠을 자는데 현관 쪽에서 동물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 밝을 때까지 벌벌 떨며 밤을 지새웠다. 그 얘기를 할아버지에게 하자 할아버지는 반색하며 말했다.

 

"수호신이 나쁜 것이 들어오지 못하게 너를 지켜준 거란다."

 

그 뒤로 나는 할아버지의 집에 방문할 때마다 핑계를 대며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 울음소리는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을 향하는 것처럼 들렸으니까.

 

 

한 여자가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는 울고 있고 여자는 계속 아이를 내려다본다.

방은 어둡고 아이는 울고 있고 언제까지나 아이를 내려다보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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