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점에서 문자가 왔다.
'(광고)
<스마트 안경점>
OOO 고객님, 생일 축하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제서야 나는 내 생일을 알게 되었다.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내 생일을 십 년도 전에 방문한 안경점의 문자 발송기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자 목록을 위로 올리면 매년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내용은 문자가 날아오고 있었다. 나와 문자 발송기의 기묘한 우정은 그렇게 십년 가까이 이어진 것이다. 전화번호로 가득한 내 핸드폰에서 이상하게도 스팸만이 가장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해 온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십년 전과는 달리 어디든 갈 수 있는 나는,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도 쉽게 방문할 수 있었다. 혹시 헛걸음할까 싶어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보니 주말에도 정상 영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혹시 찾으시는 것 있나요?"
점원이 반가운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들어와도, 다음에 들어와도, 언제 들어와도 똑같이 말해줄 것이다.
"저, OOO인데요."
나는 내 것인 것같은 이름을 입에 담았다. 처음 말해 보는 것 같았다.
"네? 누구시라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에게 볼 일이 있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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