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의 이야기가 맺음지어졌다.
그 중요성에 관해서는 아래 링크 참고.
작품에 있어서 처음이자, 상당히 실험적인 연출이 여러 사용된 편이다.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작중 처음 타인의 시점으로 진행된 내용이란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선 많은 고민을 했다.
현재 작품의 설정이 '독자 = 필레몬의 무수한 자아 파편'이란 것인데,
어떻게 독자가 앨리스의 내면을 엿볼 수 있을까.
이런 설정 충돌을 감수할 만큼, 의미 있는 내용을 쓸 수 있을까?
때문에 나는 두 가지 내용을 준비했다.
앨리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부분과, 오직 주인공 시점으로만 진행되는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욱 재밌게 느껴졌기에, 결국 후자 집필분은 폐기되었다.
1. 앨리스 리들
앨리스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녀는 실존 인물이면서, 동화에 걸쳐 있다.
그것을 표현한 소품은 머리카락 색이다.
실존했던 앨리스 리들은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흑발이었고, 또 동화와 달리 여린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고로, 금발 앨리스는 비현실, 꿈에 사는 인물이다.
그녀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그로 인해 고립되어 있는 인물이다.
오직 자신의 이상에 충족하는 필레몬(주인공)의 곁에만 다가오며,
또래나 담당 교수 같이 사회 생활을 함께 해야 하는 대상과는 전혀 친하지 않다.
즉, 그녀는 순수한 에고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오해하지 말 점은, 그녀가 페르소나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녀는 필레몬과 관계를 쌓길 원하고 있고, 또 자신이 남들에게 특이한 존재로 보이길 원한다. 그것이 곧 앨리스의 페르소나이다.)
반대로, 흑발은 실존하는 앨리스의 것, 현실을 상징한다.
그녀는 소극적이고, 현실에 순응한 인물로, 추후 인물의 성장마저 상징한다.
그러니, 학습을 통해 성숙하며, 충분히 자신의 충동을 억누를 수 있는 슈퍼에고를 대표한다.
금발 앨리스가 결국 흑발 앨리스로 완성되는 것은, 인물의 성장을 상징하는 바이다.
즉, 표면상의 비극과 달리, 상징성만을 살핀다면,
앨리스는 자신과 마주하여, 끝내 인격적으로 성숙한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다.
2. 루이스 캐롤
앨리스 서사에 루이스 캐롤을 배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을 제외하고, 그의 이미지는 모두 왜곡되었다.
(다만, 그의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영어 말장난은 금발 앨리스가 다수 사용하며 꾸준히 존재감을 환기했다.)
<무한 열차 편>과 <옥스퍼드 편>에서 그는 드림랜드를 떠도는 자로 등장했다.
그 때문에 어떤 흑막을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았다.
앨리스의 유년기 당시, 그는 자신의 선의와 달리 사악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묘사되었다.
그로 인한 작중 긴장감 형성을 맡았다.
그의 죽음은 역사 개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쓰였다.
이는 추후 에드워드의 간섭이라는 복선 회수로 화한다.
<앨리스 편>에선 흑발 앨리스가 어릴 적 두고 온 존재를 암시하는 듯 쓰여진다.
허나, 그녀가 두고 온 것은 금발 앨리스였다.
루이스 캐롤이 온전하게 등장하고 사용된 것은 마지막 복수의 순간이 유일했다.
그는 꿈과 현실의 등대 역할을 하며, '내가 있는 곳이 꿈'이라 단언한다.
덕분에 필레몬은 에드워드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그의 죽음을 현실이라 제대로 인지하여, 에드워드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었다.
묘사 자체가 두루뭉실하고, 몽환적인지라 많은 독자가 혼란을 느낀 듯하여, 역량 부족을 실감한 부분.
3. 에드워드
에드워드는 앨리스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녀의 비극은 모두 그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앨리스 본인도 그의 가장 큰 적이었다.
사실 이는 상징적으로도 부합하다.
에드워드는 클라이막스에 직접 발언하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인간의 본능, 이드를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죽음에 저항하고, 욕구에 충실하며, 파괴적인 속성을 지닌 그야말로 본능의 총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까지 갈 것도 없이, 꿈은 인간의 욕구를 반영하는 걸로 동서양에 옛부터 인식되었다.
그런 그가 꿈을 관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즉, 여기서 꿈이란 바로 인간 내면의 에고가 있는 심층을 의미한다.
(106화 언급되는 '이면은 내면'이라는 것은 이를 말한다.)
반면, 에드워드와 달리 사람은 본능대로 살아가지 않는다.
모두 에고와 슈퍼에고의 균형을 유지하며, 나름의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유지하려 애쓴다.
그 모든 제약이 반전된 것이 이면, 꿈의 세계이다.
현실에는 질서, 이성이 주를 이루고,
꿈에는 폭력, 화재, 피, 죽음, 그리고 저항 같은 원초적인 욕구가 가득한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이드의 세계에서는 슈퍼에고로 구성된 종교가 살아 남을 길이 없다.
전통적인 종교 가치관을 상징하는 케이시 오' 제럴드가 그렇게 무력한 것은 당연하다.
(참고 : rottenlove.tistory.com/4 )
이 부분은 사실 앨리스 서사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106화의 브라운과 블랙이 이 부분의 해석을 맡는다.
(참고 : rottenlove.tistory.com/39 )
4. 반전
금발 앨리스, 흑발 앨리스가 반전된 이미지를 상징하는 건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본작에서는 여러 대조적인 이미지를 도입한다.
-채도
금발, 흑발
-진행 방향
금발 앨리스의 이야기는 위(우주선)에서 시작해서, 아래(3층에서 추락)로 마무리된다.
흑발 앨리스의 이야기는 아래(지하 세계)에서 시작해서, 위(열기구로 탈출)로 마무리된다.
-내면
금발 앨리스는 표면은 외향적이지만, 내면은 아주 우울한 성격이다.
흑발 앨리스는 표면은 차분하지만, 내면은 소녀답고 유쾌하다.
-외면
금발 앨리스가 보는 세상은 참혹하고 현실적이다.
또래들은 그녀를 무시, 경멸하고 압박한다. 세상은 그녀에게 죽음을 요구한다.
흑발 앨리스가 보는 세상은 동화적이다.
그녀는 두 발로 걷는 토끼 같은 환상의 존재를 만나, 왕자에게 구해지는 동화적인 구성을 따른다.
-추구
금발 앨리스는 자신에게 흑색을 칠한다.
그녀는 자신을 속이기 위해, 내면을 투영하는 거울을 검은 페인트로 가리기까지 한다.
흑발 앨리스는 금발 소녀를 쫓는다.
그녀는 진짜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서로 닮지 않은 쌍둥이
작중 직접 언급된 키워드는 모두 상호의존적인 반전 이미지이다.
어느 하나가 존재하기에, 다른 하나가 존재할 수 있으나, 반대로 곂치는 부분은 하나도 없는 여집합 말이다.
하나는 낮에 살았고, 다른 하나는 밤에 살았다. 하나는 빛 아래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그림자 아래에 있었다. 하나는 살았고, 다른 하나는 죽었다. 하나는 사적인 하임리크였으며, 다른 하나는 보편 속의 언캐니였다.
- <102. 앨리스 (4)> 中-
참고로 '하임리크 = 캐니' '언하임리크 = 언캐니'로 언어의 차이만 있을 뿐, 의미는 같다.
다만 국내에서 통상적으로 캐니라는 표현도, 언하임리크라는 표현도 본 적이 없기에 어감을 위해 이렇게 사용했을 뿐이다.
-제목
실시간 연재되는 것을 본 독자는 알겠지만, <앨리스 편>에는 이중 제목 구조를 사용하였다.
<88. 지구가 가라앉는 날 / 휴프노스의 신탁>
이런 식으로.
앞 제목은 <지구의 공동> 파트가 현실이며, <우주 전쟁> 파트가 꿈이라 주장한다.
뒷 제목은 <지구의 공동> 파트가 꿈이며, <우주 전쟁> 파트가 현실이라 주장한다.
결국, 에드워드에 의해 <지구의 공동> 파트가 현실로 확정되며, 제목은 모두 앞 제목으로 수정되었다.
이 부분은 문피아 연재분 작가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90. 지구의 공동, 설산 / 추락몽墜落夢, 설산>에서는
에드워드에게 실제 있었던 <설산> 파트는 여지 없이 현실이기에 두 제목 모두 사용했다.
5. H. G. 웰즈
내 최고의 실수. 나는 이번 에피소드가 H. G. 웰즈에 대한 헌사가 되길 바랐다.
그도 그럴 것이 에피소드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것이, 그의 명서인 <타임머신> 아닌가!
그래서 나는 <우주 전쟁>과 <지구 속 여행>을 대조하며 진행하고, 끝을 <타임머신>으로 장식하려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지구 속 여행>은 쥘 베른 소설이잖아!
고로, 그르쳤다.
참고로 H. G. 웰즈에 대한 헌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한 열차 편>은 H. G. 웰즈를 이용한 여러 이름이 등장했다.
필레몬 허버트와 조지 허드슨 주니어가 대화하며, 고속열차 웰스호 탑승하니 말이다.
다만, 철도왕 조지 허드슨 자체는 실존 인물이다. 그 이름에서 착안한 재밌는 말장난이었다.
'작업 >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 (연재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6화 (0) | 2020.11.08 |
---|---|
201108 공지 (0) | 2020.11.08 |
"an dTigerna, saoi saoi." (0) | 2020.09.22 |
소설의 운율과 표현 <1> (0) | 2020.09.14 |
85화 (0) | 2020.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