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소설 집필 작업에 있어, 운율과 표현, 민속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림 형제가 그랬듯이, 또 대부분 뛰어난 문학가들이 그러하듯, 나도 그런 흉내를 내고 싶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 소설에 여러 실험적인 표현들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에 관해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려 한다.
혹시나 나중에 어떤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1. 만년필을 눌러 쓰다.
쓸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용한 표현이라 인상에 남아 있다.
우습게도 그 문장을 어디 썼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아 찾지 못했다.
기억으로 전문을 구성해보자면 아마,
<만년필을 둥글게 눌러 썼다> 뭐, 이런 식의 표현이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이는 구조상 말이 되지 않는다.
펜촉은 다뤄본 적이 있다면 알겠으나, 목탄이나 흑연과 달리 끝이 매우 뾰족하다.
그런 상태에서 힘을 준다면 종이를 찢어먹기 십상이라, 오히려 섬세한 힘 조절은 교양이다.
또, 압력을 받으면 끝이 갈라져서 잉크가 묻어나오는 구조상, 힘을 주게 되면 그만큼 넓게 벌어지게 되는데, 많은 잉크가 나오는 탓에 종이에 번지거나 튀기도 하는 것이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말이다.
(삼투압 어찌구 저찌구.)
그러니 이 표현은 비상식의 영역에 있다.
굳이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당시 '둥글게 눌러 쓰다'라는 표현을 쓰고, 너무나도 심취하여 꼭 쓰고 싶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현대인은 만년필의 구조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테니 사소한 오류는 눈에 띄지 않을 거란 생각이었고,
셋째는 없지만 운율을 맞추기 위해 넣었다.
소설은 정보의 정확성보다 문장의 재미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2. 1번을 쓰다가 여기 뭘 쓰려 했는지 까먹음. 적당한 예시가 있었는데!
3. 우주인, 외계인
최근 작성하고 있는 에피소드에서, 나는 굳이 Alien을 우주인이라고 표기했다.
그리고 이건 (번역에 대한 교육은 받은 적 없지만) 나의 번역 철학에 위배된 번역이다.
물론 의미상 우주인도 Alien의 역할을 할 수는 있으나, 개인적으론 Spaceman 혹은 Astronaut에 가까운 개념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外界는 완벽하게 Alien의 의미를 관통하고 있으니, 굳이 사용하겠다면 외계인 쪽이 옳았다.
그렇지만 쓰고 났을 때, 외계인은 아무래도 볼품 없이 보였다.
그리고 또, 외계인과 우주선은 운율상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몇 번 고민하다가 결국 우주인이라는 표현을 채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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