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작은 연대기적 구성을 따르고 있다.
시간순으로 사건이 발생하고, 그 결과와 여파를 착실히 묘사하는 형태로 작중 전개를 이끌어 간다.
그에 반해 시계열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기를 묘사하는데 들이는 품이 적다는 의미이다.
이유는 여럿 있으나, 미관상의 이유가 가장 크다.
일일이 날짜를 나열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설명문에 아라비아 숫자가 자주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한글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서 보기 싫다는 개인적인 감상이다.
우리말로 이뤄진 수사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수사는 가독성을 해치며 통일감도 떨어트려서 기피한다.
그러기에 나는 사건 발생일을 추측할 만한 간접적인 요소를 여럿 배치하고 있다.
그 요소는 아주 다양하지만, 그나마 자주 인용되는 것은 크게 셋으로 나눠진다.
첫째는 저번 사건과 이번 사건의 간격이다.
모든 사건이 시작하기 앞서 저번 사건으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월이나 주 단위로 묘사를 빠트리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매번 일자를 언급하는 일 없이도 어떻게 시간이 흐르고 있는지 파악하기 용이하다.
둘째는 필레몬 허버트(작중 화자)의 출근일이다.
교수직을 겸일하고 있는 필레몬은 작중 한 번밖에 묘사되지 않았지만, 늘 같은 요일에 수업을 나간다.
바로 화요일과 금요일이다. 파악할 수 있는 시간과 비교해보면, 그가 성실하게 교수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드물게 예외는 있는데, 그때마다 바빠서 수업이 없는데도 출근했다는 사담이 붙곤 한다.
셋째는 달의 형태이다.
달의 형태로 시간을 표현하는 건 보다 작품 외적인 이유가 크다.
본작에서는 밤은 주요한 무대로, 저 하늘의 져버린 해, 별, 그리고 어둠마저 저마다 상징적인 역할을 가진다.
어느 하나도 작품 주제와 닿은 불온한 요소라, 쉽게 묘사하기가 어렵다.
반면, 달은 반복하는 평온한 이미지를 지키고 있다.
그 덕에 일상적인 시간을 묘사하는 역할을 부여하기가 쉽다.
다만, 매번 묘사할 때마다 해당 일의 달 모양을 계산하는 건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아래 사이트에 도움을 받고 있다.
www.moongiant.com/moonphases/december/1896/
Full & New Moon Schedule For December 1896
See the Full Moon, New Moon and Quarter Moon Phase will occur durning December.
www.moongiant.com
끝!
'작업 >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 (연재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앙주백-플랜태저넷 왕조 (0) | 2021.04.16 |
---|---|
135화 (1) | 2021.03.15 |
107화 (1) | 2020.11.09 |
106화 (0) | 2020.11.08 |
201108 공지 (0) | 2020.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