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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전생하고 보니 크툴루 (연재 중)

135화

작중 화자의 군 계급이 처음으로 명시된 편.

 

화자가 처음부터 해병대였다면 문제가 덜했겠지만, 어쩌다 해군이라는 키워드에 꽂히게 되어,

상륙 해군이라는 구 시대적인 설정을 도입하여 괜한 고생을 하게 되었다.

 

참전 당시 화자의 계급은 Lieutenant였으며, 퇴역 시에는 훈장 수여로 특진하여 명예 Captain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간단한 상황이지만 두 단어의 번역은 어려운 일이었다.

 

작중 이탈리아 전쟁의 시대적 모티브였던 보어 전쟁의 참전자 명단을 조사하며,

나는 당대 영국 해군이 현대식 계급 계보를 사용하지 않음을 알았다.

 

영어 사전에서는 Lieutenant을 중위(소위), Captain을 해군 대령으로 번역하게 되었으나,

실은 두 계급은 같은 시대, 해군과 해병대 정도의 차이만 되어도 의미가 확연히 다르게 된다.

 

Royal Marines Light Infantry(RMLI)에서 Lieutenant는 하사관, 부사관 정도로 번역되는 게 바람직하며,

Captain은 그보다 한 계급 높을 뿐인 동급의 장교이다.

 

이를 사전대로 번역한다면 중위와 대령이 1계급 차이가 나며,

대령이 현장 지휘하는 일개 장교 취급받는 것이 된다.

 

비록 내가 군대 지식에 해박하지는 않으나, 이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님은 안다.

 

한편, 화자가 소속했던 Royal Navy(RN)에서 Lieutenant는 갑판장쯤으로 번역할 만하다.

물론 Captain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 선장, 함장과 같다.

(심지어는 배마다 사용하는 계급과 용어가 다른 탓에 이조차도 확언할 수는 없다.)

 

얼핏 보아도 RN의 함선을 지휘하는 선장과, RMLI의 현장 지휘 장교 계급이 동급이 아님은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모두 작중 내용에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용어 자체가 직관적이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나마 신식인 RMLI의 계급 용어를 현대식으로 치환하는 것이나,

이는 시대적 배경에도 맞지 않고, 해군의 복잡한 선상 지휘 계통과 합치할 수 없는 것이기에,

결국, 계급으로는 다소 두루뭉실하나 사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 선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실은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은 Captain이었는데, 단순히 선장으로 쓴다면,

화자가 배 없는 선장이며, 군 계급마저 선장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탓이다.

 

그럼에도 결국 달리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해서 함장으로 번역하게 되었다.

(선장보다는 군대식 억양이라는 이유로.)

 

Lieutenant의 번역으로는 갑판장, 하사관, 부사관, 사관, 장교을 후보로 꼽았으며,

예스러운 단어라는 이유로 하사관, 혹은 해군 소속임을 강조하기 위해 갑판장을 생각했으나,

 

전자의 경우 해석 여지를 지나치게 좁혀서,

후자의 경우 상륙해서 전투를 치른 장교의 계급이 갑판장인 것이 어색하여,

 

결국에는 최대한 광범위한 표현으로 사관이라 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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