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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단편

별이 비처럼 내린 날

어떤 날은 별이 하루종일 쏟아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보통은 3~4시간 정도 쏟아지다 말았다. 처음에는 종말을 외치기도 하던 사람들은 빠르게도 담담해졌다. SNS와 동영상 사이트의 최상위권을 차지하던 별의 향연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언제든 볼 수 있는 흔한 것임을 알게 된 이후로 누구도 관심 주지 않았다. 그저 하늘보다 모니터를 보는 것이 편한 몇몇의 사람에게만 지속적인 수요가 있었다.

 

누구도 그것들이 어디서 오는지 몰랐다. 바다 건너의 대단한 나라의 대단한 과학 기관에서는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던가 하는 음모론 같은 것이 떠돌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별들은 찰나에 내려왔다, 불타서 사라졌으니까.

 

사람들은 그렇게 하늘에 관심을 잃었다. 우주는 가장 아름다운 속살을 너무 쉬이 보여줬기에 더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 속에 숨어 다가오던 분명한 실체를 누구도 깨닫지 못했다.

 

별이 떨어진 것은 태평양 어느 바다라고 했다. 지금껏 없었던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과 호주, 미국 서부를 강타했다. 하늘은 어두운 재와 불길로 가득했고, 오로지 저 너머에 흐릿한 별의 흐름만이 보였다. 바다는 끓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지구 반대편에도 닿았다.

 

사람들은 지구에 가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과학 기관은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으로 대담한 탈출을 감행했다. 그들은 이것을 통과하면 지구가 안전하던 과거로 갈 수 있다고 설명하며, 반드시 과거의 지구에 이 재앙을 경고할 것을 당부했다.

 

더이상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그것을 향해 몸을 던졌다. 지금은 볼 수 없게 된 푸른 지구를 본 사람들은 환호하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높지 않은가.

 

어떤 날은 별이 하루종일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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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만에 써낸 날 것.

역시 이런 게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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