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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단편

미완성 단편 (심리 상담)

"요즘은 어디에나 기계가 있잖아요?"
"그렇죠. 아주 편한 세상이 됐죠."
"아니, 제가 하고픈 말은, 그런 게 아니라...."

여자는 손을 모으고 두 엄지를 마주 비볐다. 그녀 자신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신중히 말을 고를 때 언제나 그랬다.

"정말 어디든 있잖아요? 편의점이나, 식당이나, 심지어 회사에도...."

입과 목청을 함께 닫고, 그녀는 고개를 살짝 내리깔았다. 그리고 동공만 살짝 위로 올리며 눈치를 살폈다. 이것도 그녀의 낡은 습관 중 하나였다. 지나간 시대의 미덕들은 여전히 흔적기관처럼 그녀의 행동 곳곳에 남아 있었다.

남자는 눈살을 구겼다.

"기계가 있는 게 싫다고요?"
"아니, 아니요! 제 말은 그게 아니라!"

그녀는 황급히 부정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뭐든지 좋아요."

남자는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치 볼 필요 없어요. 생각나는 대로 마음에 있는 말을 전부 꺼내보세요. 여기서는 아무도 이상하게 안 봐요."

그는 턱을 괴며 살짝 앞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제 말은...."

여자는 한참 숨을 삼키고는 힘겹게 한 마디 한 마디를 토해냈다.

"심리 상담까지 기계가 하는 건 좀 어떨까 하고...."

그렇게 그녀는 눈앞의 상담형 모델의 눈치를 살피며, 꼭 파리 새끼처럼 손가락을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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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의 아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