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망망대해를 건너고 있다
일생 나는 불편을 느끼면서도 도통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르다가, 어젯밤 침대에 누워 별과 창문의 노래를 듣다가 간신히 알게 되었다. 내게는 생명의 자격이 없다. 나는 생식을 혐오한다. 다른 생명을 먹어 양분 삼는 것은 물론이며,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 불안한 내 의식과 이성을 맡기고 잠들고 싶지도 않으며, 성애는 혐오의 절정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자격 없는 자는 결코 창작해서는 안되었다. 진정 삶을 노래할 수도 없을 뿐더러, 설령 그러하거든 모두 거짓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창작이란 도대체 무엇이냐,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나는 지옥의 한복판에 있다. 이곳은 생명으로 가득하여 나는 필히 살생할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사그라드는 것을 관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지옥의 특성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특성을 가진 곳이 지옥뿐이 또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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