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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단편

옆집사는 생쥐가 죽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썩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친하게 알고 지내던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 발치만 엿보아도 의젓한 미물이로구나, 하고 흠모해 왔던 것이다. 비록 모진 세상의 풍파로 때 묻어 거뭇거뭇 회색 빛이 감돌지만 감출 수 없는 귀티가 흐르는 은빛 털과 위세 좋은 발걸음처럼 우뚝 솟은 꼬랑지는 보기 꽤 좋았던 것이었다. 일찍부터 이런 자그마한 가정집에 붙어있기는 아깝다고 생각해 왔거늘, 그 뜻을 피우기 전에 저물어 버린 것은 유감 천만 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조촐하게 상이라도 차려주는 것이 어떨까 싶었지만 제집도 아니고 옆집에 사는 생쥐를 위해 거기까지 해주는 것은 어떤가 하여 단념하였다. 향 대신이라 하기는 뭐하지만 담뱃불 하나 붙어 고이 보내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생쥐라 하면 꽤나 대가족일 것이다. 그 풍채를 보아 암컷 한 둘 쯤은 거느리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니 부양할 가족도 그만큼은 있었을 것이다. 유가족들은 잘 지낼 수 있을까, 옆집 주인이 보지 않는 사이에 체다 치즈 한 점이라도 잘라 문 앞에 모른 척 놓아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낭군께서는 의로운 상을 당하셨다고 위로라도 해줘야 함이 사람된 도리가 아닐까. 너 떠난 날부터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아, 식사하다가도 목이 막히고 자다가도 편치 않아 새우등을 굽히니, 책임지라고 하고 싶어도 그 말을 들을 자가 없구나. 아, 생쥐여, 내가 너없이 어찌 살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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