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安眠
처음 내가 너를 발견했을 때, 고백건데 나는 너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단다. 이런 어둑한 숲길이니 길을 잃는 것은 당연해 보였으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너의 어리석음에 한탄했지. 내가 혹시 너에게 과중한 부담을 맡긴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더구나. 그 때문에 네가 햇빛도 들지 않는 눅눅한 바닥에서 이끼의 먹이가 되고 있노라고 생각하면 나의 이런 반응도 과한 것은 아니겠지. 내가 너를 다시 찾아낸 것도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말하지 못할 거야. 나란들 네가 이런 숲 한가운데에 뒹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겠니.
다시 너를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이 너라는 것도 알아보지 못했단다. 당연한 일이었지. 내가 그것이 너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도 고작해야 몇 가지 기억들 덕분이었어. 어머니에게 받았다고 말하며 언제나 차고 다니던 금이 그어진 낡은 손목 시계와, 밑창이 떨어지고도 못으로 직접 수선해 신고 다니던 소가죽 구두 따위의 사소한 것들 말이야. 그렇게 나는 네 유해 앞에서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너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너는 참으로 아늑해 보이더구나. 이미 벌레들의 집이 되고, 이끼를 이불처럼 덮고 누운 네 유해의 모습에서 나는 그제서야 네가 네 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단다.
나는 이제 이해한단다. 이 모든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었던 거야. 너는 죽은 것도, 그렇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채로 그 오랜 세월을 홀로 견뎌온 거야. 해가 뜨고 지는 저 순환 속에서도 감동을 느끼던 네 여린 감수성이, 하늘이 보이지 않는 이 어두운 숲 속으로 이끈 거야. 용암처럼 네 피부 안에서만 흐르던 피가 밖으로 솟아오른 그 작은 상처가 얼마나 큰 고통이었는지, 나는 몰랐던 거야.
나는 너와 닮았기에 눈물로 슬퍼할 줄을 모른단다. 절제 없이 흐트러진 별들 속에서도, 해와 달의 순환 속에서도 너를 찾지 않는단다. 그저 하수도 밑에서 올라오는 어둡고 습한 바람 속에서, 누군가의 발에 밟힌 으깨진 개미의 파편 속에서, 나는 그곳에서 너를 만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