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tenlove 2020. 8. 5. 06:05

작업을 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백 투 더 퓨처에서 드로이얀을 타고 과거로 날아오는데 사용한 속도가 시속 88마일이라는 것이다. 본 소설 작중 등장한 인류 한계 속도와 곂치니 재밌는 우연이었다. 하지만 마냥 우연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것이, 88이라는 숫자에는 어느 정도 필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1. 무한과 시간의 관계

백 투 더 퓨처의 감독님이 나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면, 무한을 연상시키는 8을 시간과 엮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무한이 가진 특수성 때문인데,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무한과 시간을 항상 같이 다뤄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 '자연학'을 통해 무한이 실재하지 않는 개념이라 밝혔으나, 오로지 시간과 개념상의 우주만이 무한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탁월한 접근 방식에, 흥미로운 결론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은 칸트에게도 이어졌고, 무한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현대에도 무시하지 못할 개념임은 분명하다.

 

2. 8을 이용한 것 중 현실적인 수치

마일 단위는 참 절묘하다. 킬로미터라면 그리 절묘한 숫자가 나오지 않았을텐데, 88마일은 절묘하게 현실과 몽상 사이에 있는 숫자이다. 이르지 못할 것은 없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속도, 그것이 바로 시속 88마일이다.

 

내 소설의 배경이 19세기 런던, 즉, 시속 88마일 운송수단이 상용화 되지 않은 시대라는 점도 이런 소재를 다루기 쉽게 도와줬다. 에펠탑 낙하 사건은 그야말로 번뜩이는 착상이었는데, 아주 재밌게 녹여낸 것 같다.

 

3. 뭔가 또 있었던 거 같은데

88마일에는 또 하나 주요한 착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뭐였더라?

 

 

여하튼, 이렇듯이 시속 88마일에는 필연성이 있으니, 비슷한 소재로 동일한 착상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수렴진화 같은 것으로....